Page 147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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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麻子油, 삼의 씨를 짜서 만든 기름) 등이 얻어진다. 이렇게 각각으로 분별되
            어 분화하기 이전의 근원적이고도 원만하게 진실한 상태가 마麻의 상태이
            다. 마麻의 이러한 원만하게[圓] 진실[實]을 성취하고[成] 있는 상태[性]를 원

            성실성圓成實性이라고 부른다.



              2.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마麻도 역시 분별되어 분화된 것이
            아닌가? 마麻는 벼와 구별된다. 노끈도 새끼줄과는 구별된다. 마麻는 호마

            (胡麻, 참깨)와 구별된다. 마자유(麻子油, 삼의 씨를 짜서 만든 기름)도 호마유(胡

            麻油, 참깨를 원료로 하여 짜낸 기름)와는 구별된다. 그러니 마麻의 상태가 ‘분별
            되어 분화하기 이전의 근원적이고도 원만하게 진실한 상태’라는 말은 일정
            한 한계를 지닌 말이 아닌가? 그렇다. 마麻는 벼나 호마와 구별되는 말이

            니, 이미 분별로부터 얻어진 말이고, 따라서 마의 상태가 원성실성이라는

            말은 이미 일정한 한계를 지닌 말이다. 그래서 그 말은 단지 비유일 뿐이
            고, 비유로 이해되어야만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일정한 한계를 벗어난, 곧 모든 분별을 떠난 상태를 지칭하는

            말은 무엇인가? 마麻도 존재하는 것이고, 벼도 존재하는 것이고, 호마도

            존재하는 것이니, 존재나 존재자라는 말이 모든 분별을 떠난 상태를 지칭
            하는 말이 되지 않을까? 물론 아니다. 사람들은 존재나 존재자가 무와 구
            별되는 말이고, 그래서 분별로 얻어진 말이라는 것을 이미 넉넉히 알고 있

            다. 그러면, 존재 대신 무가 모든 분별을 떠난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닐

            까? 물론 아니다. 무가 존재와 구별되는 말이고, 그래서 분별을 통해 얻어
            진 말이라는 것도 사람들은 이미 넉넉히 안다. 모든 분별을 떠난 상태가 존
            재의 상태도 아니고, 무의 상태도 아니라면, 그러면 그것은 대체 어떤 상

            태인가? 이 물음에 이미 답이 있다는 것을 청문(聽聞, 듣고 또 들음)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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