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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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이를 불렀다.
“그대는 여러 차례 염부제에 태어났으니 그곳의 산천과 나라, 종족과 국
왕들을 잘 알 것입니다. 내가 어디에 태어나면 좋겠습니까?”
황금색 피부를 가진 이가 말했다.
“태양의 종족인 석가족의 후손들이 세운 나라 카필라성이 좋을 듯 합
니다.”
남인도 아마라바티 대탑을 장엄했던 ‘도솔천의 보살’을 표현한 장면에는
왼손은 허리에 대고 오른손은 가슴에 들어 설법하고 있는 보살이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보살은 화려한 터번과 장신구를 걸쳤으며 머리 주변에는
두광頭光이 있다. 머리 위 사다리꼴의 장식은 궁전 안의 모습을 상징한다.
사자와 인도 신화에 나오는 물고기인 마카라Makara 장식이 붙은 왕좌王
座는 위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표현했다. 보살의 좌우에는 많은 신들이 보
살을 향해 합장한 채 찬탄하고 있으며, 도솔천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을 드
라마틱하게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도솔천으로부터 이 세상으로 내려오는 보살은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흰 코끼리의 모습을 취했다. 상단 왼쪽에는 난장이 모습을 한 약샤Yaksha
들이 가마에 탄 흰 코끼리를 어깨에 메고 있으며, 그 앞에는 일산日傘과 깃
발을 든 신들이 길을 인도하고 있다(사진 4). 아래쪽에는 여러 신들이 비파
와 피리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고 있고, 맨 아래 오른쪽에는 큰 머리와 둥
근 배 그리고 짧은 다리를 한 난장이형 약샤들이 춤추며 앞장서고 있다.
이 장면은 북인도인 간다라 미술에서는 볼 수 없는 남인도만의 예로, 태
몽을 꾸지 않고 도솔천에서 직접 내려왔다는 팔리경전의 내용을 따른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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