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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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 더 기다려 주시지 그랬어요.”
“뭐, 뭐라고?”
부장 책상 위에 사직서를 올려놓는다. 내가 그 동안 셌던 ‘하나,
둘, 셋…열’까지의 숫자 묶음이 무더기로 쏟아져 천장에 닿
는다.
갓 입사를 하고 회식을 하는 자리였다. 부장이 말했다.
“화가 날 때는 말이야, 마음속으로 열까지 세 봐. 유명한 외국
스님이 쓴 책에서 읽은 건데, 효과가 아주 좋아.”
부장은 이밖에도 온갖 종류의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해 열정적
으로 강의했다. 나는 그의 강의가 끝나기 한참 전부터 하나, 두
울 하고 숫자를 세고 있었다.
“밥이 만든 죄인”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는 줄을 선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조금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됐다. 사람들이 눈빛으로 채근한다. 빨리 태도를
결정하라고. 나는 한 걸음 정도 옆으로 비켜선다. 옆에 세워졌던 쇼핑 카
트에 부딪친다. 곧바로 나는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한다. 화장기 없는 얼
굴의 여자가 옅은 웃음으로 괜찮다는 대답을 대신한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쇼핑 카트를 뒤로 물려 여자에게 차례를 양보한다.
여자는 이번에도 말이 없다. 대신 내 얼굴을 뚫어질 듯 바라본다.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있다. 나는 눈을 맞추기가 어색해져서 아이의 목으
로 눈길을 옮긴다. 역시 머리는 잘 붙어 있다.
여자는 아주 천천히 계산대 위에 물건을 올린다. 양파, 감자, 당근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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