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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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세상이 오든 ‘먹고사는 일’은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감당해
            야 할 고통입니다.  ‘깨달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처님
            도 육체적 생존 문제만큼은 철저히 세간에 의지하지 않았습니까?

              부처의 길과 세간의 길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

            상사람 모두가 깨달음을 얻는다 해도 세간의 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것
            을 혼동하면 불교는 위선과 무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숫타니파타』에 「다니야의 경」이라고 불리는 17편의 게송이 있습니다.

            목동 다니야와 부처님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게송으로 이루어진 이 경

            은, ‘세간의 삶’과 ‘출세간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키면서 각자의 길을 밝
            혀 보입니다. 첫 두 게송만 보겠습니다.



                (다니야)

                “나, 이미 밥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처자와 함께 마히 강변에 사는 까닭에,
                언덕 위 움막의 지붕을 덮고, 불도 지폈습니다.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부처님)
                “나, 성내지 않노니, 마음의 황무지는 사라졌네.

                하룻밤 마히 강변에서 지낼 터이지만,

                천하가 나의 움막인즉 불이 무슨 소용이리.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이 경의 주된 의도는 출세간의 삶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를 밝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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