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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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5



                  지천에 널려 있는 ‘청원 백가의 술잔’



                                                           김군도 | 자유기고가





             조산화상에게 어느 때 청세라는 스님이 질문을 핑계로 “제가 외롭고 가

           난하오니 부디 스님께서 저를 구해주소서.” 하였다. 조산 화상이 “세사리
           야!” 하고 부르니 청세가 “네”! 하고 대답했다. 이에 조산 화상이 말했다. “청

                                                                     1)
           원백가의 술을 석 잔이나 먹고도 아직 입술도 젖지 않았다고 하느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절박한 위기를 부

           른다. 2012년 파키스탄에서 교복 살 돈이 없어 분신자살한 10대 소년의 안
           타까운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
           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지하셋방에서 세 모녀 동

           반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방안에 번개탄을 피

           워놓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유
           서를 남겼다. 이 사건으로 국민여론이 들끓었고 이로 인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

           권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 등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명 ‘송파 세







           1)  “ 曹山和尙因僧問云 淸稅孤貧 乞師賑濟 山云 稅闍梨 稅應諾 山曰 靑原白家酒 三盞喫了 猶道未沾

             脣.” (『무문관』 제10칙 淸稅孤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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