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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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법’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삶의 전부를 지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
            니다. 돈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모든 것에서 소외된다. 돈의 있고

            없음은 능력이 어느 정도냐 하는 가늠대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돈이 없으

            면 대우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는 금력에 따라 새로운 계급
            과 신분을 우리 사회에 형성하고 있다. 과거 명문세가였다 하더라도 현재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사람대접 받기는커녕 무시당하기 일쑤다.




              청세 스님의 도발적 질문


              물론 이번 공안에 등장하는 청세 스님의 고빈孤貧은 ‘외롭고 빈한하다’는

            물질적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수행이력이 어렵고

            낮다는 자기 겸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깨달음으로 가는 큰
            문을 열어 주십사 간청하는 것인데 조산 화상의 응답이 그야말로 멋지다.
            ‘청원 백가의 술을 서 되나 먹고도 아직 입술도 젖지 않았다’고 응석을 부

            리느냐는 말로 상대방의 기분을 살리면서도 청세에게 큰 일깨움을 던져주

            고 있는 것이다. 청원은 중국 땅의 지명인데 이 지역은 술로 유명했다. 백
            가는 명품 술을 만드는 양조장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술을 먹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청세의 욕심, 즉 도력을 시험하

            는 법거량으로도 짐작된다.

              자본주의를 적용하는 우리 사회가 비록 금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
            더라도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있다. 세인의 존경심마저 돈으로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나와 내 가정의 행복을 돈이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송곳 꽂을 땅 하나 없는 가난한 가장일지언정 마음이 넉넉하고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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