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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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산책 5



                  “홀연히 세월은 번개처럼 흘러가네”



                                                        벽송碧松 제원濟園 |시인





             절기상 한로寒露를 지나면서 금수강산을 실감한다. 해마가 반복되는 계

           절현상이지만,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단풍이 번지고 있다. 한국의

           가을 단풍은 세계 으뜸이다. 산악 비율(70% 이상)이 높아, 수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수종의 대규모 산림을 조성하기엔 제한된다. 대표
           색상은 붉은색과 노랑, 갈색 등 3가지이다.

             그런데 단풍 한 단어에 ‘색상色相의 스펙트럼’을 담기엔 넘친다. 익숙하

           진 않지만, ‘가을빛’이라 부르면 어떨까. 색깔 중립적이고 계절 체감도가
           살아난다. 찾아보니 영미권은 autumn colors/tints/foliage 등으로 표현
           한다. 가을빛은 절기상 상강(霜降, 10/23) 무렵 절정을 이룬다. 추분(9/24) 무

           렵 금강산을 출발해 하루에 20km씩 남하한다. 반면 봄꽃은 30km씩 북상

           한다. 가을빛 미색의 조건은 우선 ‘따뜻하고 건조한 맑은 낮 시간’이 지속
           돼야 한다. 그리고, 기온이 7℃ 이하인 밤이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한 밤
           에 얼음이 얼지 않아야 고운 빛을 낼 수 있다.




                추풍급秋風急 추상고秋霜苦,
                세월간歲月看 간향모看向暮,
                가을 바람 드세지고 가을 서리 매서운데,

                세월을 살펴 보니 점차 저물어감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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