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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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목락群木落 사산황엽四山黃葉
송균독창창松筠獨蒼蒼.
나무들은 낙엽지고, 사방의 산은 노랑 잎으로 뒤덮였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홀로 푸르건만,
인간사人間世 능기세能幾歲,
홀홀광음전서忽忽光陰電逝.
인간은 능히 얼마를 살겠는가!
홀연히 세월은 번개처럼 흘러가네.
수맹성須猛省 세사량細思量,
무나일몽장無奈一夢場.
모름지기 맹렬히 살피고 자세히 생각해야만,
한 바탕 꿈을 다시는 꾸지 않으리.
- 혜심(1178~1234), 물시계[更漏子]
‘물시계’는 운문의 장르 가운데 사詞에 속한다. 사는 노랫가사, 즉 곡자
사曲子詞의 약칭이다. 시가 율시 등으로 정형화되면서 음악과 분리된 뒤 탄
생했다. 송대宋代에 가장 유행했고, 원과 명을 거쳐 청대에 부흥했다. 별칭
이 10여 가지에 이른다. 악부樂府, 신성新聲, 여음餘音, 별조別調, 장단구長短
句, 시여詩餘, 의성倚聲, 전사塡詞 등이다. 새로운 노랫가사 내지 자유로운
창작형식의 운문을 뜻한다.
곡사曲詞의 흥취를 보면, 시공과 색감의 대비가 뚜렷하다. 먼저, 가을바
람과 서리, 노을이 흐르는 공간을 그리고, 노랑[黃葉]과 청록[松筠]의 색채를
더했다. 해와 달, 즉 시간과 세월이 번개처럼 지나가는데, 백년 안쪽 ‘인생
수명’은 탄지경彈指頃 찰나와 다르지 않다. 한바탕 꿈에 비유했다. 돌이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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