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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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고, 새싹도 없는 단멸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력만 있어도
연기는 성립하지 않고, 무력만 있어도 연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
는 유무, 색공을 동시에 구비해야만 상입과 상의라는 연기가 성립되고, 그
와 같은 이치에 의해 하나의 존재는 성주괴공하게 된다.
유력은 유有의 측면이고, 무력은 공空의 측이다. 모든 존재는 유와 무의
동시적 작용으로 존재함으로 ‘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 특성을 띠게 된다. 씨앗
이 새싹으로 돋을 때는 씨앗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이 사라지므로 진공眞
空이고, 여러 인연을 모아 새싹을 틔우려는 힘이 전면으로 드러나면 묘유妙
有가 된다. 이처럼 작용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존재의 역용은 끝없는 관계
의 사슬을 타고 가는 무진연기無盡緣起로 확장된다. 이렇게 보면 유력과 무
력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모하며 어떤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
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
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
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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