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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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근거로 설명된다. 12연기중 근원적인 번뇌의 원인인 근본무지[無明]
까지 소멸하여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2연기의 생성과 소멸을 존재
로도 비존재로도 보지 않는 중도의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용수는 이
와 같은 반야계 경전과 초기불교의 실천적인 공 해석을 충실하게 계승하
면서도 이에 기반해서 보다 분석적이고 논증적인 자신의 공사상을 확립했
다고 할 수 있다. 용수가 대승불교의 아비달마를 확립한 논사로 칭송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
그렇다면 용수가 말하는 ‘공’의 대승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사실, ‘모든
것은 공’이라는 말은 불교도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웬
만한 불교도들은 매일 암송하기도 하는 반야심경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용어도 ‘공’이다. 대승불교의 전통에 속하는 한국에서 현재 대표적인 불교
사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열 명 중 일곱 명은 ‘공사상’이라고 답할 것이
다. 하지만 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불교도라고
해도 열 명 중 세 명 정도가 아닐까 싶다. ‘공’은 불교도들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의미는 그만큼 명확하지 않다.
다행히 용수의 대표적인 저서 『중론』제15장 제2게송에는 초기불교의 중
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고유한 성질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직접적인 원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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