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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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마이고 그것과 다른 타자의 성질을 갖는 것은 다른 다르마이다. 고유한
2)
성질에 의해 자신과 타자가 구별된다.
하지만 반야계 경전들은 다르마에도 고유한 성질이 없기 때문에[無自性]
모든 것은 공하다고 말한다. 공하다는 것은 고유한 성질이 없다는 것이고
모든 것이 고유한 성질이 없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면 자신과 타자,
삶과 죽음, 번뇌와 지혜 등도 구분할 수 없게 되고 그렇다면 이러한 구분
을 통해 생기는 집착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의 공이 설일체유
부의 다르마를 포함해서 인도 정통 철학 학파의 실재론을 부정한다는 것
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용수가 활동하던 시기인 기원후 200년경에는 반야계 경전에서
말하는 ‘공’이 비존재로 해석되면서 설일체유부나 정량부 등의 아비달마
논사들에 의해 비판되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空은 불교의 기본 교리인 네 가지 진리[四聖諦], 붓다·붓다의 가르침·
불교도[三寶], 행위의 선악과 그 과보, 언어관습 등을 모두 부정하게 된다
고 주장했다. 용수는 이와 같은 비판에 대응하여 반야계 경전들의 공사상
3)
을 계승하면서도 공을 비존재로 해석하는 오류에 대해서는 초기불교의 중
도설로 반박한다. 『중론』이 유일하게 인용하고 있는 초기불교경전 『상윳따
니까야』의 「깟짜야나곳따경」에는 존재와 비존재의 양극단에서 벗어난 중
도를 논의하는 내용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의 중도는 12연기의 하나하나
가 생겨나는 과정인 유전문과 역으로 하나하나가 소멸해가는 과정인 환멸
2) 다르마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다음 책을 참조함. 『중론 : 용수의 사상·저술·생애의 모든 것』, 가츠
라 쇼류/고시마 기요타카 저·배경아 역, 서울:불광출판사, 2018, pp.16~17.
3) 桂 紹隆 外 『空と中觀 』シリーズ大乗仏教 6, 東京:春秋社, 20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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