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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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으로 〔어떤 것이〕 개념 설정되는 것[因施設]이고, 그와 같은 것이
                중도中道이다.    5)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구절은 어떤 것을 원인으로 어떤 것이 개념 설정

           되는 것이 연기이자 공이고 중도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모든 것
           은 고유한 성질이 없기 때문에 어떤 언어에 의해 어떤 개념이 상정되기도
           하고 그 개념이나 언어를 통해 어떤 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 결과로 일어

           나는 행위 작용은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언

           어활동이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길고양이’라
           는 말은 길고양이의 고유한 성질을 지칭하지 못한다. 만일 지칭할 수 있다
           면 길고양이는 결코 집고양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5)  위의 책. 용수의 이와 같은 공 해석은 후에 아상가·바수반두의 유가행파, 불교인식론, 논리학의 디

             그나가, 중관학파의 바비베까 등에 영향을 주었다.



                                  배경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일본 류코쿠龍
                                  谷대학에서 불교인식론·논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전문연구원이다. 주요 논문으로 「쁘라즈냐
                                  까라굽따Prajñākaragupta의 분별kalpanā론」(학위논문)과 「원효의 진리
                                  론 논증」, 「쁘라즈냐까라굽따의 언어의미론」, 「디그나가의 언어철
                                  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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