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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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타자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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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송에 의하면 고유한 성질이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타자에 의

            존하는 것도 아니라고 정의된다. 바로 앞 게송(15.1)의 설명에서는 만들어

            지는 것은 사물과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과 보조적인 조건에 의해 생기는
            것을 말하고 타자에 의존하는 것 역시 직접적인 원인 등에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생겨나

            는 것은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24.19) 그러므로 고유한 성질을 갖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고[無自性] 이것이야말로 반야계 경전에서부터 줄곧
            말해오던 ‘공’이다. 이와 같이 고유한 성질을 갖지 않기 때문에, 즉 다른 것
            에 의존하고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에 이 세상은 작용하고 변

            화할 수 있다. 오히려 공이 아니라면 어떤 작용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불

            교의 ‘네 가지 진실’도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용수는 반야계 경전의 ‘공’에 대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타자에 의존
            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을 한 후, 이 설명을 그 자신의 공 해석에 적용시

            킨다. 용수가 공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중론』제24장 제18게송은 언

            어적인 측면에서 대승의 공사상을 확립하는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갖가지 사물과 현상이 어떤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것[緣起]을

                우리는 〔모두〕 공성空性이라고 말한다. 그것[緣起]은 〔어떤 것을〕 원








            4)  『중론 : 용수의 사상·저술·생애의 모든 것』, 용수, 가츠라 쇼류, 고시마 기요타카 저/ 배경아 역, 불
             광출판사,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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