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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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기행 5



                         죽음은 삶의 진정한 스승



                                                 최재목 | 영남대 철학과 교수·시인





             ‘죽을 사死’ 자는, ‘歹’(알: 부서진 뼈)과 ‘匕’(인: 人의 변형태)의 합성이다. 사

           람이 죽은 뒤 앙상히 뼈만 남은 모양을 나타낸다. 넋[魂. 정신]은 나가고 얼

           [魄. 골육]이 흩어진 것인데, 결국 이것마저 흙·먼지[塵土]가 된다는 것이
           동양적 사고이다. ‘사’ 외에도 죽음을 뜻하는 글자에는 ‘망亡’, ‘졸卒’, ‘몰沒’,
           ‘서逝’, ‘거去’, ‘붕崩’, ‘유孺’, ‘요夭’, ‘절折’, ‘열반涅槃’ 등이 있다. 각각 죽음의

           의미 내용이 다르다. “죽음을 기억하라!” 라틴어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네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이 경고 섞인 말은, 우리 식
           으로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열흘 내내 붉게 피는 것이 없다). 달도 차면
           기운다.”이리라.




             죽어야 할 자, 어디에 있나?


             우리는 앉으나 서나 삶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보일 뿐, 사실은 앉

           으나 서나 삶의 종말인 ‘죽음’의 부름, 손짓에 불안해하고 있다. 죽음은, 삶

           그 내부에 잠복해 있으면서 가끔 고개를 쳐들고 ‘나 여기 있소!’라며, 존재
           를 과시한다. 일회적이고 유한한 삶의 시간과 의미를 성찰하도록 끊임없
           이 닦달하는 ‘마지막 어휘final vocabulary’이다.

             죽음에 투시점이 가까워질 때는 언제일까. 청춘의 봄날은 아니다. 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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