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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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놓여있다. 이처럼 삶은 <인人①⊂지地②⊂천天③⊂도道④> 식으로,
           서로 ‘겹쳐-머금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을 노자는 “인법지人法地, 지법
           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 했다. “죽어야 할 인간은, 땅

           이라는 공간에 따라 규정되고, 또 공간은 시간에 따라 규정되고, 다시 시

           간은 우주의 무한한 자기규율성에 따라 규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노자는 인-지-천-도를 ‘무한 우주’[域] 속에 존재하는 ‘위대한 네 구성요
                              1)
           소’라 하였다[域中四大].  그릇 속에 그릇이 묻혀들어 간 겹겹이상자, 인형
           속에 인형이 5겹 6겹으로 숨어든 목제 러시아 인형 마트료쉬카를 생각해

           보자. 겉의 인형은 ‘죽어야 할 인간’이라 보면, 그 속엔, 보이지 않으나, ‘시
           간+공간+우주의 섭리’를 서로 겹쳐 머금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를 말
           하면, 그 나머지 셋이 그 속에 들어 있다. 하이데거도 우리가 존재하는 세

           계를, <①땅 ②하늘 ③신성한 것 ④죽을 자>의 넷으로 보고 이것을 ‘사방

           Geviret’이라 하였는데, “인간은 사방-내-거주자이며 어느 하나를 말하면
                                      2)
           나머지 셋은 그 속에 겹쳐있다.” 고 본다. 어쩐지 노자와 흡사하다.
             죽음은 누구나 가야할 길이다. 문제는 거기로 가는 방법이다. 그 길은

           아무도 협력하거나 구원해 주지 못한다. 홀로서 뚜벅뚜벅 걸어 가야한다.

           세존이 수보리에게 “나는 그렇게 많은 일체중생을 무여열반(無餘涅槃: 남김
           없이 온전한 열반. 즉 ‘죽음’)으로 인도했다. 그러나 사실 내가 그렇게 한 것은
           하나도 없다” 고 시치미를 뚝 뗀다. 이처럼 생로병사는 오롯이 자기가 감
                      3)






           1)  老子』(王弼本) 25장.
             『


           2)  이왕주, 「어느 개죽음, 한심한」, 『상처의 인문학』, (다음생각, 2014), p.226. 이 글은 이 책에서 좋은 시사
             를 얻었음을 밝혀둔다.
           3)  金剛經』 「大乘正宗分 제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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