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P. 89
당해야 할 일이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생로병사의 섭리는 노자가 말
한 ‘도법자연’처럼, 그냥 절로절로 그렇게 그렇게, 움직여가는 것이다. 누
가 손을 대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도 그 흐름을 막아줄 수 없다.
죽음도 삶도 만들어진 상想
『티벳 사자의 서』에서는 잘 죽어가는 방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어
느 정도 나이가 들면 죽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몽테뉴는 『에세』에서 죽
음을 준비하는 방법 세 가지를 말한다 : ① 아예 외면하고 등을 돌리다가
죽음의 그 짧은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기. ② 앉으나 서나 죽음을 생각하
며 대비하기. ③ 죽음에 대한 그릇된 상상이나 잘못된 관념=‘독사doxa’를
4)
벗어나, 제대로 된 바른 앎=‘에피스테메episteme’를 갖기이다. ①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방식이리라. ②는 죽음과 맞붙어서 용기를 가지
고 생각하고, 준비하며, 나아가서는 그것에 대해 철학하는 것이다. 이런
지혜를 통해 죽음에 맹목적으로 굴종하지 않고 자유롭게 될 수 있다. ③은
죽음을 전망하는 정확한 위치를 확보하고 그 면전에서 눈알을 응시하며 남
의 이야기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로 알아차리는 것
이다. 일반적 죽음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특수한 진지한 문제로 바뀐다. 남
들이 ‘카더라’는 흔한 보통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발등의 불’로서 진지하고
특수한 문제로 바뀐다. 그래서 그것을 알아가며, 그것과 친해지며, 그것과
화해하는 길로 나아간다.
4) 이왕주, 「어느 개죽음, 한심한」, 『상처의 인문학』, (다음생각, 2014), pp.213∼215.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