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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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와 『조론』 5
자성自性과 공空사상의 탄생
활인검活仁黔 | 자유기고가
승조가 『부진공론』에서 논구論究한 ‘사물은 본성상 공하다’는 성공性空은
불교사상의 특색 가운데 하나다. 붓다가 가르침을 펼 당시 공사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심적인 주제는 아니었다. 붓다의 교설敎說이 보다 넓은
지역으로 전파되는 과정에 공사상의 외연外延도 점차 확대됐고, 내포內包
또한 더욱 깊어졌다. 공의 영향력도 점점 커졌다. 결국 붓다를 공왕空王, 불
교를 공문空門으로 부를 정도에 이르렀다. 대승이든 부파불교든, 유有를 주
창하든 무無를 내세우든 공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공과 공성空性은
붓다 가르침의 중요한 술어 가운데 하나로 정착됐다.
특히 교리가 발전하는 과정에 자성自性이라는 말이 부각되자 공도 자연
히 강조되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공사상의 탄생은 자성 개념의 정립과 어
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홀로
자립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하는 자성은 자기 안에 자기의 존립 근거를 모
두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인因과 연緣의 결합에 의해 출현한 세간
의 모든 존재는 항상 변화 속에 있을 뿐 불멸하는 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
으며, ‘자기 존재의 본질本質을 결정하는 자기自己’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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