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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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의 하나다. 불변하는 존재인 아트만을 반대한 불
교에 자성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떤 과정을 거쳐 자성
이라는 개념이 정립됐을까? 자성 개념은 불교 성경聖經의 집성集成과 부파部
波의 분열, 부파의 독자적인 교설 해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경·율의 본모本母와 법상法相
보리수 밑에서 증득한 깨달음에 토대를 둔 ‘교설敎說[경經]’과 필요에 따
라 제정된 ‘행동 규칙[율律]’은 붓다 당시에 이미 상당한 분량에 달했다. 출
가자 개개인이 모두를 암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출가자들이 들은 내
용과 외우고 있는 부분이 서로 다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붓다가 입적하기
전부터,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필요에 의해 경과 율 암송에 분업방식이 도
입됐다. 기억력이 뛰어난 제자인 다문자多聞者, 교설을 암송하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한 지법자持法者·지경자持經者, 계율 항목을 잘 외우고 있는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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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持律者 등이 출현했다. 지혜제일 사리불, 다문제일 아난 등은 이 사실을
알려주는 칭호라 할 수 있다. 『중아함경』에 이와 관련된 기록이 전한다.
“아난아! 부근에 머무르고 있는 비구 가운데 경을 아는 비구, 율 조항을 외
우는 비구, 본모를 암송하고 있는 비구가 있다면, 그 비구들이 사는 곳에
가 다투는 이 일을 이야기하라.” 붓다가 열반하기 이전부터 경·율 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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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분업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1) 자성의 개념에 대해서는 『고경』 제64호 p.15를 참조하라.
2) 印順著, 『原始佛敎聖典之集成』, 臺北:正聞出版社, 2002, p.12.
3) “阿難! 相近住者, 於中若有比丘持經、持律、持母者, 此比丘共往至彼, 說此諍事.” T.1-p.75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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