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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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습들을 억지로 밀어 없애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이
름들은 근본에서 지말[끝]이 나오기에 말단末端을 끌어 모아 근본으로 돌아
감을 증명·해석했다. 글에 비록 앞뒤가 있으나 그 가르침은 동시에 이뤄
진다. 이것이 학덕이 높은 옛 스님들의 의도이다. 그래서 먼저 일심으로 돌
아감을 밝혔는데 글과 이치가 모두 (여기에) 있도다! 두 번째는 별도로 『조
론』의 네 편의 글로 돌아감을 능히 보였다. 두 글이 먼저 진제·속제를 합
해 밝혔다.
[문재소] ① “本無、實相、法性、性空、緣會”: 此五名諸經通有, 義雖差殊不越
55)
理事. 今始終相躡 , 略而釋之. 初謂緣會之事, 緣前元無, 故云本無. 無相
之相, 復云實相, 即此實相, 是諸法性, 故云法性. 此性真空故復云性空, 復
由性空之理不離於事, 以理從事復名緣會. 謂因緣會集, 而有諸法, 或名緣
56)
集緣生等, 皆意在法也. 杜順和尚 云: “離真理外, 無片事可得.” 57)
① “본무 실상 법성 성공 연회”: 이 다섯 가지 이름은 여러 경전에 공통
으로 있는 것이다. 의미는 비록 차이가 있으나 이[理. 이치. 이법]와 사[事. 사
물. 현상]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늘 서로 뒤이어 간략하게 해석하고자 한
다. 먼저 ‘인연의 모임의 일’로 말을 하면, 앞의 근원적인 없음에 따르기에
‘본무’라 한다. ‘모양 없음의 모양’을 역시 ‘실상’이라 하며, 이 실상이 제법
의 본성이기에 ‘법성’이라 부른다. 이 본성은 진실로 공하기에 또한 ‘성공’
이라 한다. 성공의 이치로 말미암아 현상[사事]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치
55) 섭躡: ①밟다, 디디다. ②발끝으로 살금살금 걷다. ③뒤를 밟다, 미행하다.
56) 두순(557~640): 중국 화엄종 초조. 『화엄법계관문』 등을 지었다.
57) 이 구절은 청량징관의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 권제10 등 여러 곳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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