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P. 155

말이 진짜로 있는 것이 아니듯이 없음이라는 말도 아무 것도 없음은 아니
            다.” 이는 인연이 모이면 (법法이) 생기고 인연이 흩어지면 (법이) 소멸된다
            는 기멸의 방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앞의 두 구절은 서로 인연이 되어 일

            어남을 설명했는데, 다만 하나하나의 견해가 잇따라 생김을 밝힌 것이다.

            예를 들어 소를 보면 뿔이 있고 토끼는 뿔이 없음을 말하는 것 등이 이것
            이다. 그래서 『대승밀엄경』은 “모습 있는 사물[유법有法]을 기다려 무견無
            見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는 치료되어야 될 병이다. 뒤 두 구절은 서로

            인연이 되어 사라짐을 설명한 것이다. 만약 하나하나 치료하면 따라서 없

            어진다. 경전에 이미 ‘비유’를 말했기에 ‘비무非無’도 말했다. 그래서 『대승
            밀엄경』은 “모습 있는 사물은 본래 없는 것이니 무견은 어디에 의지할 것
            인가?”라고 말했다. 이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다. 위대하도다! 정교

            하고 세세하게 남김없이 묘사한 경전의 가르침이여!
              ② “夫不 存(猶取也)無以觀法者, 可謂識法實相矣. 是謂雖觀有而無所取
                     86)
            相.” 約觀行 釋也. 法即緣生諸法, 謂從緣雖空, 不可存無以觀, 無則三學、
                       87)
            六度與五逆 、十惡, 空而無果, 由非無故, 一切法皆立也. “不取相”者, 謂緣
                     88)
            起雖有, 亦不可取相以觀, 取則有為生滅, 行何契真? 由非有故, 心不住相,
            建一功立一德靡不合道. 如斯見法, 方識實相, 實相之言在上義屬於下, 即

                                                                      89)
            中道佛性觀也. 此中意趣無邊, 不能繁敘, 如涅槃及止觀等說. 上三義 釋





            86)  『대정신수대장장』본에는 ‘욕欲’ 자로 되어 있으나 ‘불不’ 자가 맞다.

            87)  관행觀行은 관심觀心 행법行法의 준말로 마음의 본성을 관찰하는 수행을 말한다.

            88)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 아라한을 살해하는 것; 붓다의 몸에 상처를 입혀 출

              혈出血시키는 것; 교단의 화합을 파괴하고 분열시키는 것 등 다섯 가지 중죄를 말한다. 이 죄를 지으
              면 무간지옥에 떨어진다고 해 오무간업이라고도 한다.
            89)  約破計以釋·約起滅釋·約觀行釋 등 세 가지 해석을 말한다.


                                                                        153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