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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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며 떠나간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의 무릎 속으로 펄럭이
며 돌아온다. 그러면 사람은 ‘나는 기억한다’[I remember]고 말하
고, 동물을 시샘하는데, 이 동물은 매순간을 즉시로 잊고, 또
매 순간이 정말로 죽어서 깊은 밤 속으로 가라앉고 영원히 소
멸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동물은 ‘비역사
적으로unhistorically’ 살아간다.” 3)
지나간 순간이 기억되면서 다음 순간의 고요를 방해할 때, 사람은 자
기가 기억하는 자임을 알아차리고 망각하는 자인 동물을 시샘한다는 것
이다. 니체는 ‘나는 기억한다’는 문장과 ‘동물은 비역사적으로 살아간
다’는 문장을 통해 기억하는 인간이 역사적인 자이고 망각하는 동물이 비
역사적인 자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기억이 역사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
다. 기억이 역사의 근원이라면, 그렇다면 기억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것
은 자기의식self-consciousness으로서의 자증분自證分이다. 현장은 『성유식
론』에서 인식에서 분리된 소연(대상)이 있다고 보는 소승 불교의 입장에
대비시켜 대승불교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자증분이 기억을 가능하게 한다
고 밝힌다:
“인식에서 분리된 소연으로서의 대상이 없다고 통달한 자는
곧 상분을 소연이라고 말하고, 견분을 행상이라고 부른다. 상
3) 위의 책, p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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