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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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 또한 경전을 버린 적은 없었다. 『능가사자기』에 현색의 『능가인법
지』 기록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 여기에 홍인이 현색에게 『능가경』의 의
미를 설명했다는 것과 홍인 자신이 신수와 『능가경』에 대해 논의했다는
20)
글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홍인은 『금강경』도 중시했다. 혜능은 어떤가.
“일체의 경전과 문자, 대소승의 12부 경전은 모두 사람이 만든 것이다.
지혜의 본성이 있기에 능히 (경전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세상에 사람이
없다면 일체의 모든 존재는 스스로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사람이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라. 모든 경전도 사람이 말해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가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소인이
되고, 지혜로운 사람은 대인이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묻고,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에게 설명한다. 어리석은 사람이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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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히 깨닫고 이해해 마음이 열리면 지혜로운 사람과 차이가 없다.” 라고
강조했다. 높은 근기의 사람은 문자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의 본성
[자성自性]’을 깨칠 수 있지만, 지혜가 낮은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과 경전에
의지해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혜능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혜능의
어록인 『육조단경』에는 『유마경』 등이 인용되고 있다. 초기의 선사들도 결
코 경전과 문자를 떠난 적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문자와 경전을 경시輕視하던 초기 선종의 경향은 중당中唐
20) “ 蒙示《楞伽》義云, … 如吾一生, 敎人無數, 好者並亡, 後傳吾道者, 只可十耳. 我與神秀, 論《楞伽經》.”
『禪宗全書』 第1冊, 『楞伽師資記』, 北京:國家圖書館出版社, 2004, p.17b.
21) “ 一切經書及文字, 大小二乘, 十二部經, 皆因人置, 因智慧性故, 故然能建立. 若無世人, 一切萬法本自
不有, 故知萬法本自人興; 一切經書, 因人說有. 緣其人中, 有愚有智, 愚爲小人, 智爲大人. 愚者問於
智人, 智者與愚人說法, 愚人忽然悟解心開, 卽與智人無別.” 『六祖壇經』. T50-p34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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