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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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0~824)  이후가 되면 크게 변한다. 선문에 출가하는 사람들의 수준
            이 높아지고, 권력투쟁에 환멸을 느낀 사대부들이 점차 선에 관심을 갖
            기 시작하면서 선사들의 대화에 시詩 구절이 수시로 등장하고, 사대부

            들이 좋아하던 문자들이 대량 선문禪門에 유입된다. 불광여만의 제자 백
            거이(772~846), 약산유엄의 제자 이고(772~841), 황벽희운의 제자 배휴

            (791~864), 천태종 용흥중손의 제자 유종원(773~819) 등은 문인사대부로
            선에 침잠했던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이런저런 내외적인 영향으로 문자

            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던 선사들이 언어와 문자를 신비화神
            祕化하고, 현학화玄學化하고,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그 무엇’으로 만들었

                                                                      23)
            다. 특히 후배 선사들이 선배 선사들의 ‘대화의 기록[문자]’을 ‘기봉機鋒’ 으
            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선사들은 문자와 언어를 중시하고, 문자의 교묘

            함을 즐기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즈음 내면을 관조해 공성을
            체득하는 ‘참선參禪’은 문자와 언어를 참구하는 ‘참현參玄’으로 바뀐다. 임

            제종의 삼현삼요三玄三要, 조동종의 군신오위君臣五位 등이 대표적이다. 위
                                                            24)
            앙종은 아예 ‘선학禪學’을 ‘현학玄學’이라 부르기까지 한다.  교학의 의미인
            의학義學과 상대적인 용어로 선학을 현학으로 지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詩라 불러도 손색없는 게송들도 중당 이후 출현한다. 마조의 제자 대

            매법상(752~839)의 게송은 전형적인 시다. “부러진 마른 나무 차가운 숲





            22)  명나라 고병(高棅. 1350~1423)이 당나라 문학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품휘唐詩品彙』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개념. 초당初唐은  618~712년, 성당盛唐은 713~779년, 중당中唐은 780~824년, 만당晩唐은 825~907
              년이다.

            23)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말 혹은 예리한 언동. 선승이 다른 스님에게 보이는 말·태도·방식 등이
              ‘민첩하고 격렬한 것’을 가리킨다.
            24) “  潙山問: ‘子旣稱善知識, 爭辨得諸方來者, 知有不知有? 有師承無師承? 是義學是玄學? 子試說看.’”
               T47-p58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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