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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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추가한 것은 그가 세간에 들어서서 중생을 제도하는 자비심을 표시

           하려 했기 때문이라고들 해석한다.
             반본환원에 붙여진 곽암의 4게송은 다음과 같다: “본원에로 돌아오려

           이미 많은 공을 들였도다(返本還源已費功). 어찌 즉시와 같겠는가, 장님과
           귀머거리와 같도다(爭如直下若盲聾). 암자 속에 앉아 암자 앞의 사물을 보

           지 않는데도(庵中不見庵前物), 물은 저절로 망망하고[아득하고] 꽃은 저절로
           붉도다(水自茫茫花自紅).”

             네 개의 게송 중 “어찌 즉시와 같겠는가, 장님과 귀머거리와 같도
           다”라는 둘째 게송의 의미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은데, 『선의 지혜 대전

           집』(2011)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해설을 참고할 만하다: “반본환원을 말하
           자면, ‘환’은 즉각 직접 나타나는 것과 같지 않다; 맹인과 같고 귀머거리

           와 같고, 보아도 보지 않고, 들어도 듣지 않고, 돌이키면서 대단히 많은
                         2)
           힘을 소모한다.”  여기서는 본래의 세계가 즉각 직접 나타나지 않기에 많
           은 노력을 들이는 어려운 과정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셋째와 넷째의 게
           송, 곧 “암자 속에 앉아 암자 앞의 사물을 보지 않는데도, 물은 저절로 망

           망하고 꽃은 저절로 붉도다”라는 것은 사물을 보지 않는데도 사물이 보인
           다는 것이다. 이는 능견(能見, 주관)과 소견(所見, 객관)의 상대적 경계를 벗

           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물을 있다고 여기지 않으니, 사물이 원래
           대로 자연스럽게 마음에 나타난다는 의미로도 음미될 수 있다.

             남송南宋 시대의 일산국사(一山國師, 1247~1317)는 십우도 각각의 이름에







           2)   熊述隆, 『禪の智慧大全集』, 新潮社, 2011, p.388: “要說返本還源, 還不如當下直現., 如盲似

             襲, 視而不見, 聽而不聞, 反而花費許多功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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