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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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이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참된 말이 논란에 휩싸였고, 삿된 견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진리를 왜곡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음과 움직임이라는 도리
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가? ② 무릇 진리를 이야기하면 세
간의 인식에 위배되고, 세간의 인식에 부합하면 진리와 어긋나기 때문이
다. 진리와 어긋나기에 사물의 본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세간의 인식
과 다르기에 말해도 담백해 재미가 없다. 이로 인해 중간 근기의 사람들
은 동정불이動靜不二의 도리를 들어도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고, 근기
가 낮은 사람들은 박수치고 돌아보지 않는다. ③ 알기 쉬울듯한데 알기
힘든 것이 바로 사물의 본성이라네! 그렇지만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해,
간략하게나마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의 관계·도리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어찌 내 말이 반드시 옳다고 하겠는가! 시험 삼아 말해 보겠다.
17)
[4] ① 《道行》云: “諸法本無所從來, 去亦無所至.” 《中觀》云: “觀方知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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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去, 去者不至方.” 斯皆即 動而求靜, 以知物不遷, 明矣. ② 夫人之所
謂動者, 以昔物不至今, 故曰動而非靜; 我之所謂靜者, 亦以昔物不至今,
20)
故曰靜而非動. 動而非靜, 以其不來; 靜而非動, 以其不去 . ③ 然則所造 21)
22)
未嘗異, 所見 未嘗同. 逆之所謂塞, 順之所謂通. 苟得其道, 復何滯哉?
17) 후한 시대 지루가참이 번역한 경. 『도행반야경』의 특정한 구절이 아니라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18) 『중론』 「관거래품」의 특정한 구절이 아니라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19) 즉即은 동사로 ‘접근하다’, ‘(역할·임무)맡다·차지하다’, ‘곧…이다’는 의미.
20) 거去는 ‘가다’보다는 ‘소멸 되다’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21) 소조所造는 “눈으로 보다”는 의미,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면 이상하다.
22) 소견所見은 보는 바라는 의미가 아니고 견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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