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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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결코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 과거의 사물이 결코 있지 않기에

            사물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며(20대의 나는 과거에 있다), 과거의 사물
            이 과거에 없는 것은 아니기에 사물이 과거로 돌아감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50대의 내가 다시 20대가 될 수는 없다). 다시 지금의 사물을 봐도(50대
            의 나를 보면), 지금의 사물이 과거로 갈 수는 없다(50대의 나는 20대의 나와 다

            르다). ③ 이것이 바로 과거의 사물은 스스로 과거에 있고 현재에서 과거
            로 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현재의 사물이 스스로 지금에 있

            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니(공자)가
            “안회야! 볼 때마다 (팔이) 새롭구나! 흔드는 순간에 팔은 이미 과거의 그

            팔이 아니구나!”라고 말했다.[조금 전에 흔든 그 팔은 이미 조금 전에 있
            지 지금 여기 없고, 지금 흔드는 팔은 지금 여기에 있지 조금 전에 없다

            는 것. 즉 과거에서 현재로 오지 않았기에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
            럼, 사물이 과거와 현재를 서로 왔다 갔다 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이미 되

            돌아간 조그마한 흔적도 없는데, 무슨 물건이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운
            동과 변화가 없다.] ④ 그러한 즉 ‘회오리바람이 몰아쳐 산을 무너뜨리지

            만 항상 고요하고, 강물이 경쟁하듯이 물을 쏟아 붓지만 흐르지 않고, 아
            지랑이가 나부끼며 공중에서 휘감아 돌지만 움직이지 않고, 해와 달이 하

            늘을 가로지르지만 도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 말이 왜 이상하단 말인가!


                            34)
                 33)
              [6]  ① 噫! 聖人 有言曰: “人命逝速, 速於川流.” 是以聲聞悟非常以成






            33)  ‘본문 6’은 승조가 대론자가 되어 임시로 만들어 던지는 질문이다.

            34)  성인聖人은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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