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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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만해연보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곧바
로 1940년 『불교』지 2월호를 확인했다.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一)」. 필
자는 失牛. 실우. 잃어버린 소. 만해가 쓰는 필명이다. 보물을 만난 듯했
다. 세로쓰기로 쓰인 「불국품」을 읽자, 마치 만해가 79년의 시간을 거슬러
나타난 듯, 혹은 내가 79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 만해가 내 옆으로 다
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1940년 2월에 연재된 「유마힐소설경강의」는 『한
용운전집』에도 없는 자료였고, 79년 만에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연재물의 분량은 『한용운전집』에 실린 육필 원고와 비교할
때 약 10배 가까이 많았다. 이 차이는 약 7년의 기간 동안 만해가 육필 원
고 중에서 특히 한글 번역문의 주해註解를 풍부하게 보완했다는 것을 확
인해준다. 주해를 읽어보면, 만해가 수많은 경전을 탐구했던 당대 최고의
불교사상가였음을 새삼 알게 된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 연재는 2회만
진행된 채 멈춘다. 나는 『불교』지의 연재분과 『한용운전집』에 실린 육필
원고를 모아, 지난 2019년 3월1일 『만해의 마지막 유마경』이라는 제목으
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의 해제에서 서재영 박사가 밝혔듯이 『만해의 마
지막 유마경』은 대략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물론 남겨진 과제
도 있다.
첫째는 미완성 번역이란 점이다. 아마도 이 때문에 후학들은 만해가
한글로 번역한 『유마경』 출간을 검토하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미완의 번
역이지만, 절반의 번역만으로도 만해가 경전을 어떤 시선으로 해석하고
있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만해는 “중생을 떠나서는 따로 불佛
이 없으며, 예토穢土를 떠나서는 따로 정토가 없음을 보임이다”라며 부처
님과 보적의 대화를 바라본다. 만해의 『유마경』이 완역이 아니지만,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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