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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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6세부터 한문을 익히며 14세에 이미 한학의 천재 소리를 듣던
대가의 번역이란 점이다. 특히 1914년, 그가 36세에 편찬한 『불교대전』은
한역대장경과 남전대장경 등을 면밀하게 살핀 후 주제별로 분류해 재구
성한 것이다. 인용 경전이 모두 444부에 이를 만큼 이 작업은 가히 지금
까지도 어느 누구 실행하지 못한 대장경의 축소판인 셈이다. 그만큼 그는
불교사상과 내전에 깊은 안목을 갖춘 사람이었다. 『유마경』이 당대의 가
장 위대한 경전 번역가며, 사상가인 만해의 한글 번역으로 우리 앞에 모
습을 드러낸 것이다.
넷째는 만해가 말년에 번역한 유일한 경전이란 점이다. 기록에 따르
면 만해는 『유마경』을 1933년부터 번역한다. 생애 첫 온전한 한글 번역
인 셈이다. 그리고 첫 연재를 1940년 『불교』지 2월호에 시작한 후 통합호
인 3~4월호까지 연재한 후 중단된다. 왜 중단됐는지 기록이 보이지 않는
다. 1940년이면 그의 나이 62세다. 이미 이때부터 만해는 병환으로 몸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였기에 건강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 즈음 불편한 몸으로 창씨개명 반대운동에 강력하게 앞장섰던 것을 고
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만해는 4년 후 세상을 떠난다.
만해는 왜 삶의 완숙기에 수많은 경전 중 『유마경』 번역을 시작했을까.
『유마경』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뜻은 무엇이었을까. 만해가 남긴
미완의 유작으로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불교계 편집자의 한
사람으로서 만해가 남긴 미완의 유작인 『유마경』을 대중에게 알리며 그
물음을 스스로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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