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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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며 그곳 절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지금도 신심이 깊은 친구다.
“거기서 견뎌 내다니 대단하다. 우리랑 함께 활동했던 아무개는 유학
갔다가 교회에 나갔잖아. 지도교수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독실한 기독교
인이어서 교회를 나가지 않으면 논문을 쓸 수가 없었대. 한국에 와서 잠
깐 만난 적이 있는데, 고심 끝에 교회에 나갔고 그 후로 대다수의 기독교
친구들과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종교를 바꿨다고 하더라. 또 아무개
는 부인이 기독교로 전향하는 바람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종교를 바꿨다
고 하더라고. 부인이 불교 책을 보는 것도 싫어해 직장에서나 불교 책을
본다네.”
얘기를 들어보니 친구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불심이 깊은 이
모를 따라 절에 다녔다고 한다. 조계사 어린이회 출신이라고 하니 적극적
인 기독교인들이 대다수인 미국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진할 수 있었던 것
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라는 뜻에서 여름방학
때 어린이 성경학교를 보냈다고 한다. 그랬는데, 며칠 후 돌아와서 하는
말이 ‘엄마, 나 다시는 안갈 거야’ 하더란다.
“우리애가 목사님한테 하나님은 누구나 다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왜
닭이나 다른 가축들은 사람에게 잡혀먹도록 창조되었느냐고 물었다나봐.
그랬는데 그 목사님이 우리 애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못했나보지?
그 후로 자연스럽게 제 아빠랑 나랑 절에 갈 때 따라다니더라고.”
이렇듯 애들은 자연히 부모를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 주 범
어사에서 뵌 선방 스님 한 분이 ‘애들이 젊을 때부터 수행을 했으면 하는
데 그게 잘 안 되네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가 수
행하면서 잘 살면 자연히 따라서 합니다.”라고 하셨다.
친구는 한국에 올 때마다 아들 둘을 데리고 여행할 때 꼭 절에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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