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P. 43

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화엄사의 아름다움에 반해 다음엔 가족들 모두

            함께 다시 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두 아들은 중
            국과 호주에서 유학중이다. 어렸을 때 두 아들을 본 적이 있는데, 어찌나

            순진하고 반듯하던지 예전의 친구를 보는 것 같았다. 오랜 타향살이를 끝
            내고 이제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친구에게 내가 그랬다.
              “얘, 돌아와. 한국에 와서 살면서 선방에 다니면서 수행하면 되잖아.

            우리가 이제 수행으로 마무리 할 나이잖아.”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니 홀가분하다는 후배



              사실 이번에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3년 전 유방암 선고를 받고 아직도
            암과 투쟁중인 후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사는 친구가 더 늦기 전 여행을

            하자고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사회 시간에 대표로 불교
            에 대해 발표하면서 불교와 인연이 되었다는 후배와는 그동안 비교적 자

            주 만나면서 지내왔다. 아버지는 독실한 불자셨고 남동생은 법 없어도 살
            만큼 선하고 반듯한 목사님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하고 남을 배

            려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선한 후배가 언젠가부터 친정아버지
            에 대한 불만이 늘어가기에 얘 108배 한번 해봐.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다스려지고 좋아’ 했더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3년 전 봄 이맘 때 암 선고를 받았다. 너무나 착하게 살아온

            사랑하는 후배였기에 마음이 아팠었다. 더구나 몇 군데 장기로 암이 전이
            된 상태였기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인생을 쿨하게 정리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



                                                                        41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