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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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 가까이 살았는데 이만하면 됐지요. 누구나 죽는 건데 조금 일찍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해요. 더구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게 마음을 내려놔서인지 그녀는 두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으며 위
험한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의사도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한 1년 정도
괜찮더니 작년에 다시 암세포 활동이 활발해져서 다시 항암치료에 들어
갔다. 걱정은 되었지만 잘 이겨내리라 믿었다. 언제나 밝은 표정을 지었
기에 ‘괜찮구나’ 했는데 이번 여행길에 들어보니, 어찌나 힘이 들던지 어
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까 고심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이번에 나온 내 책 『인생을 바꾼 108배』를 보고는 절을
하고 있다. 좋아지리라 믿는다. 이번에 이사를 하기 위해 살림을 정리하
면서 자신이 불필요한 물건을 얼마나 많이 지니고 살았는지 절실히 깨달
았다고 한다. 버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힘을 필요로 하던지 다시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보면
매번 똑같은 옷이다. 편한 옷 한두 벌이면 충분하더라고 하기에 ‘수행자
가 따로 없네’ 했더니, 불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정리했더니 그렇게 홀가
분할 수가 없단다. 그럴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집착을 버리면 버릴수
록 가벼워질 텐데 그걸 못하고 붙들고 살고 있지 않은가. 봄이 가기 전 나
도 집안정리를 좀 해야겠다. 쓰지 않는 물건은 다 버려야겠다. 매사 시비
분별하는 것에 익숙해서 편치 않은 이 마음도 함께.
떠난 그곳이 더 좋다
우리 셋은 첫날, 쌍계사에서 가까운 리조트에서 머물렀다. 막, 푸른빛
을 발산하고 있는 산이 멀리 보이는 리조트가 맘에 들어서 하루 더 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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