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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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어 볼까 합니다.
일본에서도 궁도라는 말을 아주 오래전부터 써 오지는 않았습니다. 일
본 고유의 전쟁 기술이었던 ‘유술柔術’이 ‘유도柔道’로 변신하여 호응을 얻은
데 자극을 받아서 ‘궁도’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유술이 유도라는
말로 바뀐 때는 메이지 시대 전후 무렵이었던 것 같고, 궁도란 말이 쓰이
기 시작한 된 때는 20세기 초반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살상 기술로서의 궁
술이 존재 가치를 잃은 시대 변화에 일본이 좀 더 빨리 반응한 정도로 받
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들도 ‘기무치’를 먹지 않습니
까. 그래도 궁도라는 말이 꺼림칙하다면 ‘활쏘기’라고 하면 될 일이지요.
궁도 얘기가 나왔으니 그 세계로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
본 궁도의 명인으로 아와 겐조(1880~1939)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0세
쯤에 활쏘기에 입문하여 22세에 최고단자가 되었다고 하니 천부적 자질
을 타고났던 모양입니다. 30대에 들어 아와 겐조는 백발백중의 달인이 되
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아와 겐조는 명중을 중요시하는 궁술 풍토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와는 궁술에 관한 오래된 책 한 권을 읽고 개안
합니다. 그 동기는 궁술의 기술을 총망라한 다음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
음을 나는 안다.”고 말한 한 문장이었습니다. 부연하자면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겠지요. 이때부터 아와는 기술적 숙련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궁술을 비판하면서 독자적인 ‘사도射道’를 주창합니다.
‘사도’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에 이를 수 있다 했습니다. 41세가 되던 해에
는 ‘대폭발’을 경험합니다. 아주 간단히 표현하자면 ‘자아’가 산산이 부서
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한 발에 목숨을 건다’ 또는 ‘발사에서 본
성을 깨닫는다’는 통찰을 하게 되었고, ‘활’과 ‘선禪’은 다르지 않다는 주장
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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