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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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는 무아, 연기, 공, 무자성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
에게 대해 바르게 알지 못하고, 게다가 이런 나 자신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나식이 움직이면 아치는
늘 함께 작용하여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심소입니다.
<아견>
아견이란 ‘자신이 존재한다고 본다’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설명했습니
다만, 나[우리]는 많은 조건에 의해 생겨[인연생기] 유지되며, 조건이 다하
면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즉 연기적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런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허위의 자아를 구상하고 고정화하거나 실체화하여
그 자아[자신]에 집착합니다. 이것을 아견我見이라고 합니다. 아견을 자신
에 집착한다는 의미에서 아집我執, 신체가 지금 여기에 실재한다는 의미
인 유신견(sat[有]-kāya[身]-dṛṣṭi[見]) 또는 유신견을 음사하여 살가야견薩
迦耶見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무언가 ‘나’라고 하는 실체
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존재[타인]와 별개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삶을 유지하는 데도 편리합니다.
그렇지만 『반야심경』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나’라고 하는 실체는 없는 것,
즉 인간은 공한 존재[오온개공]입니다. 이처럼 말나식이 작용하면 ‘아견’의
심소가 늘 작동합니다.
<아만>
아만은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을 높이고 타인을 낮추어 보려는 마음작
용’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낫고 더 똑똑하고 더 훌륭하
고 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을 높이고 상대를 낮추는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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