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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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사이 2



                                오늘 밥 먹으며



                                                 최재목 |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오늘 밥 먹으며

             꽃잎 지는 소릴 듣는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밥을 먹는지, 꽃잎이 지는지



             숟가락을 놓았다



             몇 자 고치다 만 글자들도
             잔밥 속에 함께 버린다

             밥이 법法이라, 법도 버린다
             한 때, 저 흩날리는 불두佛頭를 따라, 왔다 갔다

             맨발로 탁발하러 떠난 1,250 송이의 희망이, 고요히 시드는데



             부디 양지바른 먼지 위에
             묻어다오

             하마터면 너무 또렷했을 실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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