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손가락 사이 2 오늘 밥 먹으며 최재목 |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오늘 밥 먹으며 꽃잎 지는 소릴 듣는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밥을 먹는지, 꽃잎이 지는지 숟가락을 놓았다 몇 자 고치다 만 글자들도 잔밥 속에 함께 버린다 밥이 법法이라, 법도 버린다 한 때, 저 흩날리는 불두佛頭를 따라, 왔다 갔다 맨발로 탁발하러 떠난 1,250 송이의 희망이, 고요히 시드는데 부디 양지바른 먼지 위에 묻어다오 하마터면 너무 또렷했을 실망을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