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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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 결과 기꺼이 자신의 명성을 희생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길장의 그와 같은 태도가 오히려 그를 돋보이게 하고, 후학들
           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길장과 같은 천재도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임을 이
           론이 아니라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길장은 자신의 저술을

           불태우며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했어도 삼론에 대한 그의 연구는 깊고 진
           지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중국불교사에서 삼론종은 천태종이나 화엄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
           이 낮다. 그러나 용수 보살이 팔종의 공조로 추앙받고, 공사상이 대승불

           교의 핵심 사상이므로 용수와 공사상을 탐구하는 삼론학은 큰 의미를 가
           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삼론학을 체계화하는 과정에 참여한 인물들

           이다. 중국 출신은 물론 고구려와 중앙아시아에서 멀리 인도 출신까지 두
           루 참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삼론학은 광활한 아시아 대륙의 인재들

           이 두루 참여해 이룩한 학문적 성과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저
             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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