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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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逍遙園에서 번역하였는데 3권 14품이다. 현존의 한역 이역본으로 오吳

            의 지겸支謙이 번역한 『불설유마힐경佛說維摩詰經(유마힐소설부사의법문지칭일
            명불법보입도문삼매경維摩詰所說不思議法門之稱一名佛法普入道門三昧經)』 2권본 14품, 당唐

            의 현장玄奘이 번역한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6권본 14품 등이 있다.
              길장의 『유마경의소』는 경전의 원문에 대한 낱낱의 대목마다 주석을

            붙이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있어서 길장의 학문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주
            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방편혜方便慧와 실혜實慧의 이혜二慧

            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길장은 『유마경의소』에 앞서 『정명현론』을 지
            었다. 저술을 통해 『유마경』의 대의를 비롯하여 경전 전체의 구성과 의의

            등에 대하여 기술해 당시 사부대중이 『유마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유마경의소』의 대의는 이 책의 제1권 제1인 ‘깊고 얕음을 결정하

            다[정천심定淺深]’에 잘 나타나 있다. 설명을 덧붙이면 사족蛇足이 될 것 같아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



                “대저 지극한 취지趣旨는 언설이 없지만 현묘한 책들이 널리

                퍼져 있고, 법신은 형상이 없지만 미혹한 중생은 곧 형체가 있
                다고 말한다. 때문에 언설이 없지만 언설로 말하지 않을 수 없

                고, 형상이 없지만 형상으로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언설이
                없지만 언설로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장대한 교망敎網이

                생사의 바다에 펼쳐져 있고, 형상이 없지만 형상으로 나타내
                지 않을 수 없은 즉 일체의 유위법이 ‘환幻과 같은 줄 이해하는

                지혜[여환지如幻智]’에 머물며 육도를 유희한다. 이런 까닭에 이
                『유마경』에 대해 인人과 법法의 두 가지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

                다. 그 인人이라는 말은 소위 정명淨名이다. 청정한 덕성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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