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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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다양한 논전이 전개된 구체적인 실상을 밝힌 것이다. 제1차 연기논
쟁에서 등장하는 학자는 기무라 다이켄木村泰賢, 우이 하쿠주宇井伯壽, 와
츠지 데츠로和辻哲郞, 아카누마 치젠赤沼智善이며, 제2차 연기논쟁에서는
사이구사 미츠요시三枝充悳, 후나하시 잇사이舟橋一哉, 미야지 가쿠에宮地
廓慧 등이 서로 간에 논전을 전개하였다. 제1차 연기논쟁은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제2차 연기논쟁도 불교계에 큰 자극을 주었다. 이러
한 중요한 논쟁의 전개의 시말始末은 물론 그 논쟁이 갖는 학적인, 사회적
인 의미를 면밀히 고찰한 것이 본서이다.
‘연기緣起’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연하여 일어난다’, ‘조건에 의해 생겨
난다’는 의미를 갖는 불교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붓다가 정각을 이룬 구
체적인 내용을 드러내고 있는 말이다. 특히 초기불교에서는 이 연기의 개
념이 구체적으로 12개의 지분支分으로 이루어진 12지연기가 가장 온전한
연기계열로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12지연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초
기불교의 연기의 개념은 부파불교에 이르러 삼세양중의 연기로서 해석되
어, 이 연기는 과거·현재·미래의 3세에 걸친 우리 인간의 구체적인 삶
의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리고 연기의 개념은 대승
불교에 이르러서도 나가르주나의 팔불八不로 설명되는 연기 이해에서와
같이 우리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진리로서 간주되어 불교의 핵심 가르침
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불교의 전 역사를 관통하는 연기의 개념에
대해 일본의 근대불교학의 전통에서, 특히 초기불교의 12지연기설과 관
련된 논전論戰이 전개되어 일본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 본서 『불교논
쟁』에서 고찰하는 제1차 제2차 연기논쟁이다.
이러한 중요한 불교논쟁의 의미가 담긴 본서에 대해 번역을 시도하는
것은 번역자 역시 특히 제1차 연기논쟁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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