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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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 넣는 탁월한 기술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몇 가지 양상으로 볼 수 있
는데, 원효와 의상처럼 대비될 수 있는 인물을 짝지어 등장시킴으로써 흥
미를 이끌어내는 경우, 김춘추처럼 주인공의 자리에 조연으로 등장시켜
매우 객관적인 태도로 그 사람을 조명하는 경우 등이 눈에 띈다.
더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한 왕대에 대해 대표적인 한 사건을 서술
하여 그 성격을 부각시키는 방법이다. 미추왕과 죽엽군, 내물왕과 김제상
등의 방식이 그것이다. 이는 한 왕대에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이 얽혀 있
음에도 그것을 특징적인 사건 하나로 집약하여 통시적으로 흐름을 짚어
보게 하는 뛰어난 편집능력이자 서술 방식이다. 때문에 책을 읽으며 계속
마음이 머문 곳은 바로 저자 일연 스님이었다. 『삼국유사』가 익숙해진 만
큼 우리의 귀에 익은 이름이 또한 일연 스님이다.
다행히 일연 스님이 만년에 머문 인각사麟角寺에 스님의 비문이 있어
일연 스님에 대한 연대기적인 정보는 밝혀졌다. 비문에 따르면 일연 스
님은 선과禪科에 급제하여 삼중대사, 선사, 대선사의 품계를 밟아 올랐
으며, 국존國尊의 책봉까지 받은 분으로 불교뿐만 아니라 제자백가를 비
롯한 당시의 학문에 정통했던 학승이자 선승이었다. 그러나 스님이 살아
간 시대와 함께 스님이 남긴 저작인 『삼국유사』와 『중편조동오위重編曹洞
五位』의 행간을 통해서 우리는 훨씬 다면적이고 깊이 있는 스님의 사상과
인간적 면모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삼국유사 속 이야기의 편편에
서 그 이야기를 수록한 일연 스님의 편집 의도와 그를 통한 바람을 짚어
보는 것이 이번 독서의 목표라 하겠다.
『삼국유사』에서 첫 번째로 만날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이 괴력난신이
아닐까 한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편紀異編」의 첫머리에 이런 말이 나오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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