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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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사람이 된 웅녀와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고조선 신화나, 하
늘나라 해모수가 하백의 딸과 정을 통하여 주몽을 낳았다는 고구려 신화,
우물 옆에 이상한 기운이 있어 살펴보니 푸른빛이 도는 큰 알이 한 개 있
는데, 알을 깨보니 사내아이가 있어 그 아이를 동천에 목욕시키자 몸에서
광채가 나고 해와 달이 청명해져 이름을 혁거세라고 하였다는 신라의 시
조 신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왕帝王이 장차
일어날 때에는 부명符命과 도록圖籙을 받게 되므로 반드시 범인과는 다른
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개조의 신비
로움은 또한 그 나라의 정체성이나 위상과 맞물리고 그 나라 사람들의 자
긍심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인간 욕망의 발현 혹은 분출”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비록 이 편의 이름이 기이紀異이긴 하나 기이는
이 한 편에 국한하지 않고 내용적으로 삼국유사의 전반을 관통한다. 이는
“역사에 반영된 신이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일연 스님의 역사인식과
많은 사료를 수집, 전거를 밝혀 인용하고 고대 사료의 원형 전달을 도모
한 역사서술 방법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나아가 몽골 세
력 아래서 핍박당하는 당시 민중들에게 괴력난신을 통해 위로하고 어루
만져 주려는 스님의 무한한 비민심悲愍心을 엿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괴력난신을 글자 그대로 살펴보면, 괴怪는 괴이怪異·괴기怪奇·요괴妖
怪이고, 력力은 믿을 수 없는 힘이나 폭력을 말하며, 난亂은 사회 질서의
파괴와 문란함과 배덕背德을, 신神은 괴이한 신神이나 신비함, 귀신 등을
말한다. 즉 괴이하고 강력하며 때로 사회에 반反하기도 하고 신비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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