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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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나 그 이야기라 하겠다. 요즘 개념으로 유언비어나 괴담류, 공상과

            학, SF, 근거 없는 가짜뉴스 등도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괴
            력난신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상황이나 사

            건, 존재 등을 말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러한 괴력난신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은 당연히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나 정서의 범위 안이 될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힘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될 때, 혹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기대고 싶어지는 것, 아마도 그것이 괴
            력난신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분명 욕망의 발현이지만 그것 자체를 선악

            의 개념으로 판단하는 것도 섣부른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떤 면
            에서 그것은 우리에게 출구로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을 채집하면서 의도했던 바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것일지 모르겠다.

              일연 스님은 칭기즈칸이 몽골족을 통일하고 제국을 건설한 해에 태어
            나, 최씨 무인정권과 몽골의 고려 침입을 함께 겪는 모진 세월을 살았다.

            이 시대는 일제 36년을 버금가는 고통의 시대였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당대 지식인으로서 일연 스님은 동시대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스스로도 견딜 수 있는 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삼국유사』를 다시 본다면 그 속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고통에 허덕이는 민

            중을 향해 내미는 일연 스님의 가슴 저미는 손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세연   대학 졸업 이후로 줄곧 불교출판계에서 일해 왔으며, 현재 나라연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
             다. 2012년 남인도 법회에서 달라이라마를 친견한 후 티베트불교를 공부하고 있으며, 닝마파의 수
             행법인 『보현밀의총집전행』을 공동으로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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