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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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옛 성인들은 예禮와 악樂으로써 나라를 일으키고 인仁

                과 의義로써 가르침을 베푸는 데 있어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서는 일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帝王이 장차 일어날 때

                에는 부명符命과 도록圖籙을 받게 되므로 반드시 범인과는 다
                른 점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부명이란 하늘이 제왕이 될 사람에게 내리는 상서로운 징조이

            고, 도록은 미래의 길흉을 예언하여 기록한 책을 일컫는다. 「기이편」이라
            는 특성상 이런 류의 단어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

            서 언급한 괴력난신은 사실상 『삼국유사』 전반을 흐르는 소재이자 핵심어
            라고 할 수 있다. 이후로 꿈, 귀신, 신통, 이적 등 허황한 이야기들이 줄

            을 잇는다. 이것은 ‘군자불어괴력난신君子不語怪力亂神’의 관점에서는 그야
            말로 코웃음치고 넘어갈 헛소리들이다. 더군다나 저자의 신분이 세속의

            잡다함과 일체의 희론을 떠나 있어야 할 스님인 바에는 더욱 의아하기만
            하다. 문학적 탁월함이나 문화사적 가치 등의 논평을 떠나서 불교적 관점

            으로 첫 대면을 해보면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점에 대해 현대의 학계에서는 “일연의 『삼국유사』가 정연한 논리의

            틀만을 내세우지 않고 문학과 역사의 일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문장으
            로 『삼국사기』와는 전혀 다른 역사 기술 유형을 보여준다.”고 평하였다.

            하지만 후대의 평이 아닌 일연 스님의 음성으로 그 의도를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뒤이어 스님은 중국의 신농씨, 복희씨, 요·순 등의 괴이하고 별

            스런 출생에 대해 줄줄이 언급하고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외에도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를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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