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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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은 언제나 집요하게 자신에게 집착하는 마음인 말나식이 사라

            지는 단계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먼저 말나식은 ‘아라한’의 수행단계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아뢰야식을 설명할 때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아라한

            의 단계에서는 아뢰야식도 사라집니다. 아라한의 단계는 ‘삼승무학과三
            乘無學果’의 단계라고도 합니다. 이른바 삼승[성문, 연각, 보살]의 무학과無學

            果에 도달하여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단계입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수행
            의 단계[향向=위位]와 그 결과[과果]를 사향사과四向四果라고 하는데, 이른바

            예류향預流向·예류과預流果, 일래향一來向·일래과一來果, 불환향不還向·
            불환과不還果, 아라한향阿羅漢向까지의 단계는 아직 배움이 필요한 유학有

            學의 단계이지만, 아라한의 수행결과인 아라한과阿羅漢果는 수행을 완성
            하여 모든 번뇌를 끊었기 때문에 더 이상 배움이 필요 없는 무학과[=무학

            도]의 단계[위位]입니다. 그리고 『유식삼십송』의 『성유식론』에서는, 아라한
            의 단계에서는 종자도 현행도 모두 영원히 사라진다고 하였습니다. 이것

            을 ‘영단멸永斷滅’, ‘영원히 단절되고 소멸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럼 먼저 ‘아라한’은 어떤 수행단계인지 살펴봅시다. 아라한은 범어

            ‘아르하트(Arhat, 공양 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를 음사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
            라한의 단계[아라한위阿羅漢位]’는 초기 불교의 깨달음의 단계인 사향사과四

            向四果를 얻은 성자를 말한다. 사향사과란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예
            류향·예류과, 일래향·일래과, 불환향·불환과, 아라한향·아라한과를

            말합니다. 이것은 현장 스님의 번역에 따른 것입니다. 한편 구마라집 스
            님은 사향사과를 각각 수다원향須陀洹向·수다원과須陀洹果, 사다함향斯陀

            含向·사다함과斯陀含果, 아나함향阿那含向·아나함과阿那含果, 아라한향阿
            羅漢向·아라한과阿羅漢果라고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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