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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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먼저 멸진정(滅盡定, nirodha-samāpatti)이란 최
고의 선정을 닦아 마음의 편안함에 대한 기쁨도 떠나 있고, 더 이상 미
혹의 세계에 되돌아오는 것이 없는 경지에 들어 간 성자聖者, 즉 불환과
(不環果, anāgāmin)의 단계입니다. 멸진정의 글자적인 의미는 마음과 마음
작용[심소]이 멸진滅盡한 선정상태[정定]를 말합니다. 유식에서는 멸진정
에 이르면 팔식 중에서 전오식, 제6 의식, 말나식의 작용은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라한의 단계처럼 영원히 말나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
니다. 『성유식론』에서는 말나식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사
라진다고 합니다. 이것을 잠복멸(暫伏滅, 잠시 동안 활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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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깊은 선정의 단계에는 무상정無想定 과 멸진정의 단계가 있습니
다. 이 두 단계를 일반적으로 ‘이무심정二無心定’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무상정은 안식·이식·비
식·설식·신식·의식의 6식이 사라지지만, 멸진정은 6식뿐만 아니고 말
나식까지 사라지는 단계입니다. 또한 멸진정을 멸수상정(滅受想定, 수와 상
을 멸한 정)이라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심소[마음작용] 중의 고락苦樂을 감수
하는 작용인 수受와 외부로부터 들어온 센스데이터를 분석하여 언어를
사용하여 개념을 구성하는 마음작용인 상想을 멸했기 때문입니다.
말나식이 잠시 동안 사라지는 또 다른 단계는 출세도이다. 출세도란
‘인간의 본질은 무아라는 진리를 직관하여 세간적 존재를 초월한 수행도
를 말하는데, 즉 유식의 진리를 초월하여 보살의 십지[열 가지의 수행단계]
5) 무상정(無想定, asaṃjñā-samāpatti)이란 심소 중의 하나인 상想, 즉 대상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각작용이 없
는[무無] 선정[정定] 상태[6가지 식의 마음작용을 멸한 선정]를 말합니다. 무상천에 태어나는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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