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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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예류향이란 견도見道 를 성취하고 사성제를 여실지견如實知見하여
           ‘진리의 흐름에 든 자’를 말한다. 예류향은 범어 ‘srota-āpanna’[예류에 든
           자]의 번역입니다. 그래서 현장 스님은 ‘예류자’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예

           류자란 인간 세상의 번뇌를 끊고 처음으로 성자에 들어간 자이며, 이 단
                                   2)
                                              3)
           계에서는 유신견, 계금취견 , 의혹[의疑] 의 번뇌가 소멸한 상태입니다.
           이 단계는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단계인 ‘사향사과四向四果’의 초지






           1)  견도란 오도(五道, 자량도, 가행도, 견도, 수도, 구경도) 중의 하나입니다. 진리[사성제]를 보는 단계로, 중생이 깨
             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을 말합니다. 『유식삼십송』에서는 통달위通達位라고 합니다.
           2) <유신견과 계금취견>
             『유식삼십송』에서는 수행을 방해하는 근본번뇌를 다섯 종류로 나누는데, 즉 탐[탐욕], 진[분노], 치[어리석
             음], 악견[잘못된 견해], 의혹[의疑, 진리를 의심하는 마음]입니다. 이 중에 악견(惡見, dṛṣṭi)이란 잘못된 견해를 말
             하는 것으로, 여러 진리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바른 견해를 장애하고, 괴로움을 초래하는
             활동을 하는 번뇌 심소입니다. 이른바 연기, 공, 무상無相, 무아, 무상無常 등을 이해하지 않는 자기중
             심적인 견해입니다. 그리고 악견은 구체적으로 5종류, 즉 유신견[살가야견], 변집견, 사견, 견취견, 계금
             취견로 구분합니다. 그 중에 본문에서 언급한 ‘유신견’과 ‘계금취견’도 악견, 즉잘못된 견해입니다.
             우선 유신견이란 신견身見, 아견我見 등으로 한역하며, 살가야견이라고 음사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인
             간존재, 즉 오온에 대해서 상주불변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존재한다거나 자신이 소유한 것에 애착
             하는 견해입니다. 그래서 『성유식론』에서는 “오취온에 대해서 ‘나’와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을 말한
             다. 모든 견해의 의지처가 되는 것을 작용으로 한다[謂於五取蘊執我我所. 一切見趣所依為業].”라고 하였습니다.
             계금취견(戒禁取見, śīlavarta-parāmarśa-dṛṣṭidṛṣṭi)은 잘못된 견해에 기초하여 잘못된 계율을 뛰어난 계율이
             라고 생각하는 견해입니다. 그리하여 잘못된 계율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을 정당하다고 여기며, 그것
             에 의해 해탈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집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유식론』에서는 “여러 견해에 수순하
             는 계율과 금욕 및 의지처인 5온에 대하여 가장 뛰어나다고 집착해서 능히 청정[깨달음]과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로움이 없이 근고(勤苦, 고행을 권장하는 것)의 의지처[무익한 고행의 의지처]가 되는
             것을 작용으로 한다[謂於隨順諸見戒禁及所依蘊. 執為最勝能得清淨. 無利勤苦所依為業].”라고 주석합니다.
           3)  의(疑, vicikitsā)란 근본번뇌 중의 하나입니다. 어떤 일에도 그 도리를 분명히 판별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마음작용입니다. 그래서 『성유식론』에서는 “모든 진리[제諦]와 도리[이理]에 유예猶豫함을 본질로 하고,
             능히 불의선품(不疑善品, 진리를 의심하지 않는 선한 성품)을 장애하는 것을 작용[업業]으로 삼는다[於諸諦理猶豫為
             性, 能障不疑善品為業].”라고 주석합니다. 여기서 제(諦, 진리)는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이고, 리理는 그리하여
             나타난 진리입니다. 그러므로 ‘의’란 부처님의 가르침인 연기, 공의 진리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작용
             입니다.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진리 탐구를 위해 의심하기도 하고, 그 의심이나 의혹을 풀기 위
             해 질문하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는 누구나 좋은 삶의 방식이라고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
             는 번뇌의 의疑는 단순한 의혹이나 의심이 아니고 ‘진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
             리 자체에 대해 믿음이 없으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어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맹목
             적인 믿음은 경계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사고를 동반한 믿음은 인간의 삶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
             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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