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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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것과 소지所知(대상)는 같은 의미다.

             ⑤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물로 스스로 성립된 뒤(이것이 제1찰나다)의 제2
           찰나에 파괴된 부분을 과거라 한다(과거의 정의다).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

           물로 스스로 성립된 뒤, 성립될 주된 요인은 있지만 보조적인 조건이 부
           족해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 성립되지 않은 부분을 미래라 한다(미래의 정의

           다). 과거와 미래는 ‘항상 존재하는 것(상常, རྟག་པ།)’이다. 현재와 사물은 같은
           의미라고 경량부는 주장한다. ‘어떤 물건[A]’이 성립된 후의 ‘과거의 그 물

           건[-A]’과 ‘어떤 물건[A]’이 성립된 후의 ‘미래의 그 물건[+A]’의 성립이 ‘이
           뤄지기 전의 물건[A와 +A 사이의 물건]’과 다름을 알아야 한다.              40)

             ⑥서로 개별적인 물건이 아닌 존재가 동일한 것의 정의다. 예를 들면 병
           甁과 같은 것이다. 서로 개별적인 물건이 ‘다름’의 정의다. 예를 들면 기둥
                                                             41)
           과 병 같은 것이다. 본성이 서로 다른 사물의 반체反體(ལྡོག་པ།) 는 서로 다르
                                                                 42)
           다. 반체가 서로 다른 사물의 본성이 반드시 다른 것은 아니다.  ‘이뤄진







           40)  경량부의 교리에 따르면 어떤 물건은 ①‘–A’(과거)> ②‘A’(현재)> ③‘A와 +A사이’(현재와 미래 사이)> ④
              ‘+A’(미래) 등의 과정을 거쳐 변화한다. 그래서 ①‘–A’와 ③‘A와 +A사이’의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한
              다는 것이다.

           41)  반체反體는 유리로 만든 병과 유리로 만든 컵이 있다고 하자. 둘의 재료가 유리이고 유리라는 본성은
              같지만 모습은 다르다. 본질은 같으나 모습이 다르다고 말한다. 한편 유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유리의 개념’과 현실에서 보는 ‘유리의 모습’은 다르다. 유리의 개념을 ‘유리의 반체’
              라 한다. 그래서 유리의 반체는 유리이고, 기둥의 반체는 기둥이다. 이 단어는 분별심과 관련이 있
              다. 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 속에 떠오르는 ‘병의 개념’과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병의 모습’은
              다르다. 그런데 ‘병이라는 개념’과 ‘병이라는 소리’가 의식 속에서 합쳐졌다 떨어졌다 한다. 이런 생
              각을 분별심이라 한다. 사실 ‘병의 개념’은 현실에 없는 존재다. 만들어 진 것에 불과하다. 붓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개념과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붓다의 모습은 다르다. 붓다라는 개념이 바
              로 반체다. 이 반체는 여러 모습이 있다.
           42)  예를 들어 여래, 조어장부, 세존 등은 모두 붓다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 말들은 붓다의 다른 면

              을 표현한 것이다. 본성은 붓다지만 모습이나 형용이 다른 것이다. 붓다의 반체다. 그런데 여래, 조
              어장부, 세존의 반체는 모두 붓다를 가리킨다. 그래서 반체가 다른 사물의 본성이 반드시 다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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