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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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6호 | 선시 산책 15–소요태능 선사



                      물 위의 진흙소가 달빛을 갈고



                                       백원기 | 동방문화대학원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어머니가 신승神僧으로부터 대승경을 받는 태몽을 꾸고 태어난 소요태

           능(1562~1649)은 13세에 장성 백양산에 놀러갔다가 그곳의 수려한 경치에
           매료되어 출가를 결심하였다. 진대사에게 출가, 수계 득도한 그는 속리산

           과 해인사를 오가며 교화를 펴고 있던 부휴 선수(1543~1615)로부터 경과 율
           장을 배웠다. 그 후, 묘향산의 청허 휴정(서산)의 문하에 들어가 20년 동안

           공안참구 끝에 깨달음을 얻고 법을 이어 받았으며, 만년에는 지리산 연곡
           사에 머물며 교화에 전념하다가 세수 88세, 법랍 75년으로 원적에 들었다.

             일체의 깨달음은 누가 전수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경전에서도 찾
           을 길 없다. 오직 자기 자신 속에서 직관적인 깨달음[득도得道]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매한 중생은 집안에 있는 봄을 모르고 멀리 찾아 헤매
           듯이 허상을 쫓아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하지만 선사들은 구도와 깨달

           음의 과정에서 자성을 찾아 고행을 멈추지 않는 수행자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태능의 다음의 시는 ‘지금, 여기’의 본래면목을 잊고 다른

           곳을 찾아 헤매는 몽매함을 일깨워 준다.



              우습구나, 소를 탄 자여,                       가소기우자可笑騎牛子
              소를 타고서 다시 소를 찾는구나.                   기우갱멱우騎牛更覓牛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작래무영수 斫來無影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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