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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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거품을 모두 태워버렸네.                    소진해중구 銷盡海中漚



              선가에서는 자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尋牛] 일에 비유한다. 소를 타

            고 소를 찾는 것은 자신이 부처임을 모르고 마음 밖에서 찾는 것과 같다.
            선사는 소를 탄 채 소를 찾는 어리석음을 경책하고 있다. 소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정작 자신이 타고 있었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도는 밖
            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본각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토끼의 뿔이나 거북의 털처럼, ‘그림자 없는 나무’는 형상이 없
            는 마음이다. 즉 번뇌와 망념에 물들지 않는 ‘본래심’을 형상화한 것이다.

            ‘바다의 거품을 모두 태워버렸’다는 대목은 마음속의 번뇌 망상이 ‘붉은
            화로 속의 한 점 눈송이[홍로일점설紅爐一點雪]’처럼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

            미이다. 실로 태능 선시의 백미이다.
              이처럼 선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이

            드러낼 경우 비정상의 언어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여 선사들은 부정
            과 모순어법에 의한 역설로, 비현실적 초월적 상징의 언어, 즉 그림자 없

            는 나무[무영수無影樹], 뿌리 없는 나무[무근수無根樹], 진흙 소[니우泥牛], 나무
            말[목마木馬], 돌 여자[석녀石女], ‘철 나무에 피는 꽃[철수개화鐵樹開花]’ 등 존

            재하지 않는 격외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다음의 시 역시 이러한 격외의
            본분소식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물 위 진흙소가 달빛을 갈아엎고                   수상니우경월색 水上泥牛耕月色

               구름 가운데 나무 말이 풍광을 이끄네                운중목마철풍광 雲中木馬掣風光
               옛 부처의 곡조는 허공의 뼈다귀요                  위음고조허공골威音古調虛空骨

               외로운 학 울음소리 하늘 밖으로 퍼지네               고학일성천외장孤鶴一聲天外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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