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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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왕善德王이 병이 들어 오래되었는데, 흥륜사興輪寺 중 법척
法惕의 치료가 효험이 없어 밀본密本이 초청되었다. 이에 밀본
이 『약사경藥師經』을 읽자 권축卷軸이 다하려 할 때 육환장六環杖
이 침실에 날아 들어가 늙은 여우 한 마리와 법척을 뜰 밖으로
내던지니 왕의 병은 이내 나았고, 밀본의 정수리에는 오색신
광五色神光이 발하여 보는 사람을 놀라게 했다.
「신주편」의 첫 번째 이야기 ‘밀본최사密本摧邪ʼ이다. 뒤이어 승상 김양도
가 어려서 갑자기 입이 붙고 몸이 굳어져 말도 못하고 수족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무당이 와도 법류사의 스님이 와도 귀신에게 희롱만 당하는 와
중에 밀본 법사를 청하려 하자 그 이름만 듣고도 귀신들이 얼굴빛이 변했
고 사방에서 대력신이 나타나 모든 귀신을 잡아가 버리니 밀본이 도착하
여 경을 펴기도 전에 양도의 병이 다 나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은 혜통惠通이다. 「신주편」이 전하는 혜통의
밀교적 행법은 매우 단편적인 것들이지만,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의 밀교
적 행의行義에 통하는 바가 있다. 일찍이 혜통은 당나라로 가 무외無畏 삼
장으로부터 배우려 하였으나 삼장이 끝내 법을 전해 주지 않자, 마당에
서서 머리에 화분火盆을 이니, 우레 소리가 나면서 머리가 파열하고 이에
삼장은 신주를 외어 상처를 아물게 해 주고는 인결印訣을 전해 주었다고
하였다.
혜통의 호號가 ‘왕화상王和尙’이 된 것도 그 때 머리에 생긴 왕王 자에 의
한 것이라 하는데, 이 설화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화분火盆’의 등장이
다. 제물을 불에 태워 천신에 바치는 호마법護摩法은 인도 베다Veda시대
부터 행해진 중요한 의례의 하나였다. 이것이 밀교에도 채택되어 여러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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