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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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망상을 여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탈속한 삶은 종일토록 뜬구름이
떠다니다가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만고에 뛰어났던 사람들이 얻
고 잃음에 따라 시비가 많았는데, 그 모두가 뜬 구름 쫓은 것임을 말하는
시에서도 명징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두가 날아가는 뜬구름을 쫓았지 진축부운비盡逐浮雲飛
뜬구름은 본래 자취가 없는 것 부운본무적浮雲本無跡
나는 구름과 더불어 서로 의지하네. 아여운상의我與雲相依
손에는 대나무 지팡이가 있고 수중도죽지手中桃竹枝
몸에는 칡덩굴로 지은 옷을 걸칠 뿐. 신상벽라의身上薜蘿衣
모두가 날아가는 구름을 쫓고 있지만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
다. 하지만 산중에서 무심하게 살아가는 선사는 구름과 서로 의지하여 지
내고 있다. 이러한 무욕의 삶은 손에 들고 소요하는 대나무 지팡이와 몸
에 걸친 ‘벽라의’로 한결 잘 표상되고 있다. ‘벽라의’는 덩굴식물인 여라의
잎과 줄기로 만든 옷이라는 뜻으로, 흔히 은자隱者의 행색을 의미한다. 진
여의 맑음은 어디에나 있다. 이 맑음을 한껏 누려보는 산사의 경계, 대상
과 나를 완전히 잊게 한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잊고 난 뒤의 기쁨이다.
이것이 법열이다.
뜬구름은 본래 자취 없는 것
무욕의 청정무구한 그 마음자리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룬 무심의 세계
가 펼쳐진다. 시비 많은 세속을 결별하고 임천林泉에 은거하며 청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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