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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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승려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였던 선사는 ‘숲속으로 더디 돌아온
것이 한탄스럽다’고 노래한다.
세상 밖이라 영욕은 적은데 물외소영욕物外少榮辱
인간 세상에는 어이 그리 시비가 많은가? 인간다시비人間多是非
늙은 몸이라 적막함도 달갑게 여기지만 백두감족막白頭甘寂寞
이 숲속으로 더디 돌아온 것은 한탄스럽구나. 임하한지귀林下恨遲歸
그윽한 산중에 사는 흥[유거견흥幽居遣興]이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덧없
는 영욕을 쫓느라 인간세상은 시비가 그토록 많지만, 산중은 세상 밖이라
영욕이 적다. 비록 산도 깊고 물도 깊은 산사에 찾아오는 사람 없어 적막
함도 달게 여기지만, 선사는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라 오는 이 유현
한 기쁨을 즐긴다. 그래서 좀 더 일찍 세간을 떠나 숲속으로 들어오지 못
했음을 한스러워 하고 있다. 어쩌면 숲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
이기 때문일 것이다. 속진을 멀리하고 산으로 들어오니 온갖 염려가 해맑
게 씻겨지고, 마음이 평온하여 걸림이 없는 선사의 성성적적한 삶은 우리
를 또한 그런 경지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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